
올해도 전을 부치실 생각이신가요. 부치기로 했다면 몇 종류나 준비하실 계획인지도 한번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는 2022년에 내놓은 차례상 표준화 방안에서 기름에 지지거나 튀긴 음식은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고 못박았습니다. 근거로 든 것은 조선 예학서 『사계전서』의 “기름진 음식은 예가 아니다”라는 구절이었습니다.
추석 차례상 준비가 해마다 힘든 이유는 상에 올릴 것이 많아서라기보다, 무엇을 빼도 되는지 아무도 정해 주지 않아서입니다. 올해 비용이 얼마인지, 무엇을 언제 사야 하는지, 어디까지 줄여도 되는지를 순서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은 얼마인가
한국물가정보가 2026년 9월 6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차림 비용은 이렇습니다.
| 구입처 | 2026년 비용 | 전년 대비 |
|---|---|---|
| 전통시장 | 302,500원 | +3,500원 (1.2%) |
| 대형마트 | 397,700원 | +6,350원 (1.6%) |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차이가 9만 5천 원입니다. 같은 상을 차리는데 구입처만 바꿔도 이만큼이 갈립니다.
전통시장 기준 비용은 2023년 30만 9천 원, 2024년 30만 2천 원, 지난해 29만 9천 원으로 내려오다가 올해 다시 30만 원대로 올라섰습니다. 상승 폭 자체는 크지 않습니다.
품목별로는 갈렸습니다. 여름 폭염과 집중호우로 생육이 나빠진 애호박과 무, 축산 여건이 악화된 닭고기, 유가와 환율 탓에 수입 비용이 오른 수산물이 올랐습니다. 반대로 기온이 내려가며 출하가 좋아진 배추와 시금치는 내렸고, 사과·배 같은 과일과 대추·밤 같은 임산물은 안정세입니다.
정부는 올해 사과·배·한우·계란 등 13대 성수품을 평소의 1.6배인 16만 3천 톤 공급하고, 590억 원을 투입해 국산 농축산물을 최대 40% 할인합니다. 농축산물 할인은 9월 3일부터, 명태·고등어·김 같은 수산물은 9일부터 최대 50%까지 적용됩니다.
여기에 하나 더 챙길 것이 있습니다. 전통시장에서 농축수산물을 사면 구매액의 30%를 온누리상품권으로 돌려받습니다. 환급 한도는 2만 원입니다. 전통시장 기준 30만 원어치를 산다면 한도를 채우게 되는 셈이라, 시장에서 장을 볼 계획이라면 환급 행사 기간을 미리 확인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성균관 표준안 — 아홉 가지면 충분합니다
성균관 표준안이 제시한 차례상은 이렇습니다.
| 구분 | 품목 |
|---|---|
| 기본 (여섯 가지) | 송편, 나물, 구이, 김치, 과일, 술 |
| 더 올린다면 (세 가지) | 육류, 생선, 떡 |
아홉 가지면 됩니다. 근거는 유교 경전 『예기』의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는 구절이고, 조상을 기리는 마음이 음식 가짓수에 있지 않다는 것이 위원회의 설명이었습니다.
전을 부치지 않으면 무엇으로 대신하느냐는 질문이 여기서 나옵니다. 답은 구이입니다. 표준안은 전 대신 구이를 올리면 된다고 안내합니다. 기름에 지지는 대신 굽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고, 준비 시간과 기름 냄새가 함께 사라집니다.

홍동백서와 조율이시는 지켜야 하는 규칙이 아닙니다
차례상 이야기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홍동백서, 조율이시, 어동육서, 동두서미입니다. 그런데 이 표현들은 유교 경전에도, 『주자가례』나 『국조오례의』 같은 예법서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출처를 거슬러 올라가면 1960년대 이후 정부가 만든 가정의례준칙에 닿습니다. 전통이라기보다 현대의 산물입니다.
원전에 실제로 있는 배치 기준은 훨씬 단순합니다. 신위가 놓인 쪽이 북쪽이고, 신위에서 봤을 때 오른쪽이 동쪽, 왼쪽이 서쪽입니다. 밥은 서쪽, 국은 동쪽에 놓는 반서갱동 정도가 원전에서 확인되는 규칙입니다.
집안 어른과 부딪히기 쉬운 지점이 여기입니다. 다만 “근거가 없으니 안 하겠다”고 시작하면 대화가 끝납니다. 성균관이 발표한 표준안이라는 근거를 대는 편이 훨씬 잘 통합니다.
지방은 한글로 써도 됩니다
해마다 검색창을 켜게 만드는 것이 지방입니다. 원래는 한자로 쓰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지금은 한글로만 써도 무방하다는 것이 성균관을 비롯한 유교 단체의 안내입니다.
한자 ‘현고학생부군신위’를 그대로 옮겨 적을 필요도 없습니다. 한글로 쓸 때는 ‘아버님 신위’·’어머님 신위’ 정도면 충분합니다. 지방 대신 고인의 사진을 놓아도 됩니다.
쓰는 순서 자체는 단순합니다. 고인과 차례를 모시는 사람의 관계, 고인의 직위, 이름, 그리고 신위 순입니다. 형식을 정확히 맞추는 것보다 그 자리에 누구를 모시는지가 분명하면 됩니다.
장보기는 순서가 있습니다
한꺼번에 사면 냉장고가 터지고 신선도가 떨어집니다. 시점을 나누면 비용도 줄고 손도 덜 갑니다.
| 시점 | 살 것 | 이유 |
|---|---|---|
| 3주 전 | 밤, 대추, 곶감, 약과, 술, 식용유 | 상하지 않고 가격이 먼저 오름 |
| 2주 전 | 사과, 배 | 물량이 풀릴 때가 가장 쌈 |
| 1주 전 | 육류(냉동), 명태포, 건어물 | 냉동 보관 가능 |
| 3~4일 전 | 나물류, 두부, 채소 | 신선도 |
| 1~2일 전 | 생선, 송편, 잎채소 | 당일 신선도가 중요 |
가장 흔한 실수는 과일을 너무 일찍 사는 것입니다. 사과와 배는 명절 직전 물량이 크게 풀리기 때문에 2주 전이 대체로 유리하고, 반대로 밤·대추·곶감 같은 건과류는 미리 사 두는 편이 낫습니다.
두부와 나물은 명절 이삼일 전부터 값이 오르기 시작합니다. 미리 사서 손질해 냉장 보관하면 값과 시간을 함께 아낍니다.

어디서 사느냐로 9만 원이 갈립니다
같은 상차림에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9만 5천 원 차이가 나는 이유는 품목별 격차가 누적되기 때문입니다. 채소와 나물, 생선 같은 신선식품에서 차이가 크고, 가공식품이나 유지류는 마트가 저렴한 경우도 있습니다.
현실적인 방법은 나누는 것입니다.
- 전통시장 — 나물, 채소, 생선, 육류. 온누리상품권 환급까지 챙깁니다.
- 대형마트 — 술, 식용유, 밀가루, 약과 같은 가공·공산품. 무겁고 부피 큰 것도 여기서.
- 온라인 — 밤, 대추, 곶감 같은 건과류. 가격 비교가 쉽습니다.
시장에 갈 시간이 없다면 마트만 이용해도 됩니다. 다만 그 경우 예산을 40만 원 선으로 잡아야 실제와 맞습니다. 30만 원으로 계획했다가 계산대에서 당황하는 경우가 여기서 나옵니다.
정부 할인 지원도 구입처에 따라 적용 방식이 다릅니다. 농할상품권은 올해 200억 원 규모로 발행돼 액면가보다 20% 싸게 살 수 있고, 전통시장에서는 앞서 말한 온누리상품권 환급이 붙습니다. 대형마트는 자체 할인 행사와 정부 할인 지원이 함께 적용되는 구조라 품목마다 폭이 다릅니다. 할인율만 보고 고르면 실패합니다. 사려는 품목이 그 행사 대상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물량도 참고할 만합니다. 올해는 배추·무 같은 채소류를 평시의 1.9배, 사과·배는 3배 이상, 계란은 2.4배, 고등어·명태는 3배 이상 공급합니다. 밤·대추 같은 임산물은 평시보다 최대 9배까지 늘렸습니다.
이 숫자를 읽는 법은 이렇습니다. 공급을 크게 늘린 품목은 명절이 가까워질수록 값이 안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사과·배를 2주 전에 사라고 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반대로 애호박이나 닭고기처럼 산지 작황 자체가 나빠진 품목은 공급을 늘려도 한계가 있어, 값이 더 오르기 전에 확보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무와 배추는 조금 헷갈립니다. 폭염과 집중호우로 생육이 나빠진 것은 맞지만 정부 공급 확대 대상에도 들어 있어, 시기와 구입처에 따라 체감 가격이 크게 갈립니다. 미리 대량으로 사기보다 할인 행사 기간에 필요한 만큼만 사는 쪽이 안전합니다.

조리는 이틀에 나눠 잡습니다
명절 전날 하루에 몰아넣으면 새벽까지 이어집니다. 보관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으로 갈라 이틀에 배분하면 훨씬 수월합니다.
| 시점 | 할 일 |
|---|---|
| 이틀 전 | 나물 데치기, 고기 양념 재우기, 국물 내기 |
| 전날 오전 | 나물 무치기, 산적 꿰기, 조림 |
| 전날 오후 | 구이, 찜, 밑반찬 |
| 당일 아침 | 밥·국, 데우기, 상차림 |
나물은 데쳐서 물기를 짜 두면 이틀은 견딥니다. 양념은 먹기 하루 전에 무쳐야 물이 생기지 않습니다. 반대로 구이나 찜은 미리 해 두면 식감이 무너지므로 전날 오후로 미룹니다.
식약처는 명절 음식처럼 많은 양을 미리 조리할 때 상온에 두지 말고 빠르게 식혀 덮개를 덮어 냉장 보관하라고 안내합니다. 냉장은 5도 이하, 냉동은 영하 18도 이하가 기준이고, 조리한 음식은 되도록 2시간 안에 먹되 상온에 뒀다면 반드시 재가열해야 합니다. 육류와 육가공품은 중심 온도 75도에서 1분 이상 가열하는 것이 기준입니다.
명절 음식 사고는 대개 상온 방치에서 생깁니다. 상을 물린 뒤 음식을 그대로 두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녁에 다시 먹는 흐름이 가장 위험합니다. 상을 치우는 사람과 음식을 넣는 사람을 따로 정해 두면 이 구간이 짧아집니다.

무엇까지 줄일지는 미리 정해야 합니다
간소화가 어려운 진짜 이유는 조리가 아니라 합의입니다. 명절 당일 부엌에서 정하려 하면 늦습니다.
정해 두면 좋은 것이 세 가지입니다.
첫째, 가짓수를 먼저 정합니다. 아홉 가지로 갈지 그보다 줄일지를 숫자로 합의해 두면 장보기 목록이 저절로 정리됩니다.
둘째, 누가 무엇을 맡을지 나눕니다. 한 사람이 전부 하는 구조면 어떤 표준안을 가져와도 부담이 줄지 않습니다. 조리, 장보기, 상차림, 설거지를 이름으로 배정합니다.
셋째, 사 올 것과 만들 것을 가릅니다. 송편, 나물, 전, 산적은 완제품 품질이 좋아졌습니다. 전부 만들어야 한다는 규칙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성균관이 표준안을 내놓은 취지도 여기에 있습니다. 상을 잘 차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온 가족이 무리 없이 명절을 보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차례를 지내지 않기로 한 집이라면
아예 지내지 않기로 정한 집도 늘었습니다. 이 경우 준비는 훨씬 단순해지지만, 대신 정해 둘 것이 하나 생깁니다. 차례를 대신할 무언가를 정해 두는 것입니다.
상을 차리지 않으면 명절이 그냥 긴 연휴가 되고, 모이는 이유 자체가 흐려집니다. 가족이 함께 먹을 한 끼를 제대로 정하거나, 성묘나 납골당 방문 일정을 잡거나, 조부모님 사진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짧게라도 두는 집이 많습니다. 형식은 자유지만 날짜와 시간을 미리 못박아 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해 두지 않으면 각자 흩어집니다.
이때도 장보기는 필요합니다. 다만 목록이 달라집니다. 차례 음식 대신 함께 먹을 메뉴, 오래 앉아 있을 것을 감안한 간식, 아이들이 먹을 것으로 구성이 바뀝니다. 비용은 대체로 절반 아래로 떨어집니다.
준비 전에 확인할 것
- 올해 추석은 9월 25일 금요일입니다. 연휴는 24일부터 26일까지이고 27일 일요일을 포함하면 나흘입니다. 대체공휴일은 지정되지 않았습니다.
- 차례를 지낼지부터 정합니다. 지내지 않기로 한 집도 늘었습니다. 지낸다면 가짓수를, 지내지 않는다면 가족 식사 메뉴를 정하면 됩니다.
- 할인 행사 기간을 달력에 적어 둡니다. 농축산물은 9월 3일부터, 수산물은 9일부터입니다.
- 냉장고를 먼저 비웁니다. 장을 본 뒤에 자리가 없어 상온에 두는 것이 명절 음식 사고의 흔한 원인입니다.
- 차례상 사진을 미리 찍어 둡니다. 작년 상차림 사진이 있으면 올해 무엇을 뺄지 정하기가 훨씬 쉽습니다.
추석 차례상은 해마다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습니다. 올해 한 가지만 덜어 내도 내년에는 그 자리가 기준이 됩니다. 무엇을 뺄지 지금 정해 두시기 바랍니다.
